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에롤(펜타스톰 for Kakao) (문단 편집) ===# 별책 #=== ※ 열람 조건 : 에롤과 인연 단계3 동료 달성, 영웅 흡혈 300000 달성 ||에롤은 늘 멍하니 있는 걸 좋아했다. 마치 지금처럼 말이다. 지하 입구에 서서 밑에서 위로 희미하게 전해지는 비명 소리를 듣고 있던 그는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와 형 켄트는 산토끼를 사냥한 적이 있었다. 에롤은 형의 뒤를 따르며 토끼의 피가 길을 따라 흐르며 눈 덮인 땅을 한 줄기 붉은색으로 물들이는 걸 보고 있었다. 그 당시 그는 더 없이 기뻤다. 어쨌든 배를 채울 수 있게 되었으니까. 산토끼는 새카만 눈을 깜빡이며 격렬하게 발버둥치다 결국 잠잠해졌다. 마치 지금의 자신처럼 말이다. “무섭나?” 에롤은 그 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에게 말을 건 악마 사냥꾼 군관은 고개를 숙인 채 손에 든 명단을 살피고 있었다. 악마 사냥꾼 개조 실험은 매우 낮은 생존율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았고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로만 왕국은 강제적인 수단으로 악마 사냥꾼 군단을 확충할 수 없었다. 이 실험에 참가하는 사람은 바보거나 희망이 없는 자였다. “잘 들어. 우린 무슨 흑마법 사교 조직 같은 게 아니니까 언제든 나갈 수 있어.” 아니, 형이 하고 싶었던 일이라면 난 그와 함께 할 거야. 에롤은 이를 악물고 아래로 향하는 계단에 발을 올렸다. 소년의 과감한 행동에 놀랐는지 군관이 눈썹을 찡그렸다. “행운을 빌지, 젊은이.” 에롤이 좁은 계단을 지나 도착한 곳은 사방이 막힌 방이었다. 이곳은 다양한 실험기구와 시약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법사 같은 차림새를 한 녀석들은 위아래로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아무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작은 에롤은 낑낑거리며 중앙의 낡은 나무 탁자 위로 올라갔다. 누군가 그의 사지를 거칠고 질긴 가죽 띠로 묶었다. 나이가 많은 한 마법사는 기기를 계속 만지는 중이었다. 그는 낡은 마법 로브를 입고 있었는데 상당히 후줄근해 보였다. 잠시 후 휙 하고 몸을 돌린 그의 손에는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오는 자주색 액체가 담긴 작은 병이 들려 있었다. “걱정 마. 한잠 자고 일어나는 것뿐이니까.” 마법사가 입을 벌리자 썩은 이가 드러났다. 에롤은 아주 긴 꿈을 꾸었다. 다시 어린 시절의 장면으로 돌아갔다. 산토끼의 피는 여전히 흐르고 있었지만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상처가 난 곳에서 수많은 검은색 덩굴이 자라나 에롤의 오른팔을 거칠게 휘어 감고 계속해서 목을 졸라 죽이는데…… 약하고 패기 없던 산토끼는 악마 사냥꾼이 되었다. 에롤은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일어나 앉았다. 실험은 성공이었다. 그의 오른팔은 살갗이 찢어져 피범벅이었다. 낯선 힘이 전신을 가득 채웠고 괴사한 살은 계속해서 재생되었다. 새로운 마수의 탄생이었다. 그것은 에롤의 무릎까지 내려왔다. 전신은 심연의 기운에 휩싸여 불안하게 움직였다. 마치 선혈과 어둠을 부르는 것만 같았다. 그는 이제 굶주리지 않고 괴롭힘 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 대가로 마수는 변형할 때마다 심장을 가르고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을 느끼리라. 하지만 에롤은 그래서 안심할 수 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이건 그가 어릴 적부터 깨달은 이치였다. 하지만 빌어먹게도 이건 너무 아팠다. 에롤이 고통에 비명을 지를 때면 멀리 퍼지는 그 소리에 지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소년들이 몹시 놀라곤 했다. “젠장…… 조제량이 너무 많았던 모양이다. 팔에 변이가 일어나고 있어. 타락할 위험이 있다고!” “어서 그를 잡아!” 의식이 흐릿한 에롤은 어렴풋이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목소리를 들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남의 생각이나 이 세상의 돌아가는 법칙 같은 건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는 훌쩍 뛰어올라 곧장 아래를 향해 돌진했다. 강철 같은 주먹이 거친 질풍처럼 떨어지며 지하실 전체가 초토화됐다. 그렇다. 그는 그저 발산하고 발산하고 또 발산할 생각 밖에 없었다. 모든 감정을 그 손에 모아 일격으로 이 세상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암흑이 강림한 곳이라면 어디든 나의 전장이다! 암흑 기원 후 1500년, 로만 왕국 남부에 위치한 한 귀족 대공의 개인 저택이자 악마 사냥꾼을 육성하는 비밀 기지에서 소년의 끝없는 포효성이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사흘 밤낮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멈췄다. 이것이 ‘울보 에롤’의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악마 사냥꾼 에롤’이 태어난 순간이었다.||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